[기획] 대한민국에서 노동자로 살아가기

<송곳> 명대사로 보는 노동기본권 실태

 

 

  “우리의 국가는, 우리의 정치공동체는 평범함을 벌주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오.

  우리는 벌 받기 위해 사는 게 아니란 말이요.”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JTBC 드라마 <송곳>의 한 대사다. 작년부터 영화 <카트>, 드라마 <미생><송곳> 등 우리나라 노동자의 현실을 꼬집는 콘텐츠가 주목받고 있다. 우리는 모두 노동자다. 어떤 자리에서 일하든지, 일하는 사람 스스로가 바로 노동자다.  

 

  올해 614, 세계 최대 노동조합 단체인 국제노동조합총연맹(ITUC)이 지난해에 이어 한국의 노동기본권을 5등급 중 최하위로 분류했다. 5등급 아래인 5+등급은 내전으로 법치주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나라들이다. 사실상 최하위인 5등급은 'No guarantee of rights’, 노동권 미보장 나라라는 의미. ITUC는 국제노동기본권 지표 보고서를 통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통보 공무원 노동조합 설립신고 반려 철도파업에 대한 당시 정부의 인식 삼성의 무노조 정책을 이유로 제시했다. <송곳>의 명대사와 함께 한국의 최하위 노동기본권에 대해 알아본다.

 

  “부당한 건 맞는데 불법은 아니요.”

  ①대한민국에서 공무원 노동자로 살아가기

  2004년 국회는 공무원의 단체행동권을 허가하지 않는 조건으로 공무원노조를 인정하는 공무원노동조합특별법을 통과시켰다. 공무원노조는 공무원노동조합법(공무원노조법) 5조에 따라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설립신고서를 제출해야 합법적 노동조합으로 인정된다. 2006년 우여곡절 끝에 합법화된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3년 뒤 다시 고용노동부에게 설립 취소 통보를 받았다. 그리고 지금까지 합법적인 지위를 얻지 못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경우와 같이 해직 공무원들을 배제하라는 요구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전공노는 설립신고서가 세 차례 반려됐다. 김선수 변호사는 프레시안과의 인터뷰를 통해 "공무원의 노동기본권은 한국 사회에서 아직도 걸음마 단계다라며 헌법상 자주적인 단결권 보장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노동조합의 자유로운 설립이다고 노조 설립신고제를 비판했다.  

 

  올해 46일 전공노는 공무원 연금법 개정을 막기 위한 총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했다. 전공고는 다음 날 기자회견에서 전국 216개 지부 중 32개 지부의 투표함을 각 행정기관에게 탈취당해 투표를 더 이상 진행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리고 8월 서울고등법원에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설립신고서 반려에 대한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그 후에는 행정자치부는 전공노 사무실 폐쇄를 집행했다. 국가공무원법 제65조와 66조는 공무원노조 설립을 제한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은 제331항에서 근로자는 근로 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 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다음 조항인 2항에서는 공무원인 근로자는 법률이 정하는 자에 한하여 단결권 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규정한다. 이로 인해 공무원노조 설립은 사실상 힘든 상황이다.

 

  “지는 건 안 무서워요. 졌을 때 혼자 있는 게 무섭지.”

  ②대한민국에서 철도 노조원으로 투쟁하기

 

 

  작년 서울서부지방법원은 ‘2013년도 철도노조 파업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철도노조 측이 파업에 따른 대체 업무인원을 사측에 사전 통보했기 때문에, 사용자측인 코레일과 국토부가 사전에 충분히 파업을 대비할 수 있었다는 것이 큰 이유였다. 무죄 선고와 함께 철도노조에게 손해배상·가압류 등 형사처벌을 진행하는 것 또한 취소됐다. 검찰이 기소 근거로 제시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71(쟁의행위는 그 목적·방법 및 절차에 있어서 볍령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어서는 아니된다)에 처벌에 대한 명시가 없기 때문이다.

  재작년 12, 정부가 철도민영화 정책을 내놓자 이에 맞서 철도노조는 파업을 단행했다. ·경은 불법 파업을 벌여 사용자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로 노조 간부들을 긴급 체포·기소했다. 같은 달 12일 코레일 측은 파업이 장기화되면 기관사는 물론 정비사 등 다른 분야 근무자들의 피로 누적이 불가피해진다. 대체인력의 경험 부족과 정비 미흡 등은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장기화 파업에 불편함을 내비친 바 있다. 16일에는 대검찰청이 "철도노조 파업은 근로조건의 문제가 아닌, 공기업 선진화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정치파업이어서 불법이다"고 입장을 밝혔다. 같은 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철도파업은 국민경제에 피해를 주는 전혀 명분 없는 불법파업이란 발언을 했다. 이로써 국민들에게 2013년 철도노조 파업은 불법파업으로 인식됐다.

 

  “누가 굳이 안 지켜도 될 법을 지켜가면서 손해를 보겠어.”

  ③대한민국에서 대기업 노동조합 설립하기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은 "내 눈에 흙이 들어가도 노동조합은 안 된다"는 유언을 남긴 것으로 유명하다. 이에 이건희 회장은 20059<시사저널> 인터뷰에서 "삼성이 인정하지 않는 것은 노조가 아니라 노조의 필요성이다. 삼성은 노조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경영을 원칙으로 한다"고 밝힌 바 있. 삼성의 무노조 경영은 76년 동안 이어졌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기본급은 각 서비스센터에 접수되는 수리 건수에 부과되는 수수료였다. 완전한 성과급제인 셈이다. 수수료의 기준도 명확하지 않았으며 유류비나 통신비 같은 부가경비는 모두 개인 스스로가 납부해야 했다. 시간외수당이나 휴일수당 같은 각종 수당 또한 받지 못했다. 20136, 부산 동래센터점과 노동자는 각종 수당을 제대로 지급하기로 협약했다. 이를 알게 된 삼성전자서비스 본사는 담당 협력업체를 폐업 처리하고 협약서 작성을 주도한 노동자들을 해고했다. 이 사건은 20137월 민주노총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출범하게 된 계기다. 다음해 노조원 고 염호석씨는 노동조합이 잘 되길 바란다는 유언을 남기고 자살했다. 이 죽음을 계기로 노동자들은 삼성 본관과 수원 삼성전자 정문 앞에서 40여일 간 노숙 농성을 진행했다. 그리고 2014628, 삼성 노조 출범 후 약 1년 만에 삼성에서 첫 임금 및 단체협약이 체결됐다. 단체협약에는 기본급 급여체계 노동권과 복지후생에 대한 보장 각종 수당에 대한 항목이 포함됐다. 가장 큰 성과는 삼성이 결국 노조를 인정했다는 점이다.

 

서는 데가 바뀌면 풍경도 달라지는 거야

  드라마 <송곳>의 주인공인 이수인은 정규직임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반대편에 서서 비정규직 직원의 부당해고를 반대했다. 이수인 같은 중간관리자가 자신을 노동자로 인식하는 것과 노동자로서 자신의 권리를 위하여 싸우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더 그렇다. 연세대 동아리 살맛학생들이 쓴 <빗자루는 알고 있다> 중 청소노동자 대상의 한글 교육에 대한 수필의 한대목이다.

  우리는 각자의 환경에 따라 세상을 바라본다. 프랑스 청소노동자들이 파업 투쟁을 하자 파리 시민들은 치워지지 않은 쓰레기를 모아 시청 앞에 쌓아 올렸다. 이는 파업을 진행한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파업의 원인을 제공한 고용측에게 문제 해결을 촉구한 유명한 일화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대학교 청소노동자 파업 당시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2014년 6월 5일 국제노동기구 사무총장은 방한 당시 "박근혜 정부 취임 이후 노동기본권 침해 사례가 많이 발생했고, 국제사회의 노력으로 다소 진전됐던 많은 부분들이 후퇴하고 있다"며 "이주노동자문제, 성차별문제, 표현의 자유 문제 등 묵은 과제들이 여전히 미완으로 남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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