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언론매체실 속 노동 문제

   

  언론매체실 TA로 일할 날이 3개월 남짓이다. 겨우 업무가 손에 익기 시작했는데, 조금 있으면 계약이 끝난다. 끝을 앞두고 있자니 작년 2월의 기억이 불쑥 떠오른다. 인수인계가 한창일 때 전임 TA는 내게 조금 알만하면 일이 끝나버린다고 말하며 웃었다. 깨달음은 늘 뒤늦게 찾아온다고 했던가. 그 말의 의미를 비로소 이해하게 된 나도 이제 막바지에 서 있다.

 

  꿀알바자리? 언론매체실 근로장학생

  언론매체실을 이용하는 학생들은 매체실 근로장학생 자리를 두고 흔히 꿀알바라고 이야기한다. 수업과 수업 사이에 비는 시간을 이용해서 근로하며 돈을 벌 수 있는 장점이 있으며, 바깥에서 구하는 아르바이트 자리보다 노동 강도가 현저히 낮고, 그에 반해 시급은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요즘 말로 하면 신의 직장이라 불릴 법한 곳이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점 때문에 근로장학생의 근로는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궂은일을 하루에 열 시간씩 하면서도 최저 시급도 받지 못하는 아르바이트 자리가 넘쳐나고, 그런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들이 워낙 많다보니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일을 하는 사람의 노동은 노동으로 받아들여지기 힘들다. 매체실에 들린 학우들이 근로학생들에게 우스갯소리로 한 번씩 던지고 가는 놀면서 돈 번다는 말을 쉽게 귓등으로 흘려보낼 수 없는 이유다. 근로학생들의 고충을 일일이 열거하지 않더라도, 모든 노동은 그 일의 사회적 경중이나 노동 강도와 상관없이 엄연히 노동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매체실 운영 전반을 관리하는 언론매체실 TA

  한편, 언론매체실 TA는 이런 화살들로부터 한 발짝 비켜서있다. 본래 직원이 있던 자리였던지라 나름대로 전문적인일을 한다는 인식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언론매체실 TA가 하는 일을 관리직 혹은 운영을 담당하는 전문적인 직원의 역할로 여긴다.

  언론매체실 TA는 매체실에서 일하는 근로장학생과 하는 일이 조금 다르다. 그렇다 보니 시급도 다르고, 월급을 받는 곳도 다르다. 간략하게 설명을 해보자면, TA의 시급은 1만 원이다. 최대 주 20시간 일할 수 있으며, 월급은 실험실습비로 지급된다. 실제로 받는 월급은 TA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일하느냐에 따라서 천차만별로 달라지지만, 실험실습비 예산안을 세울 때 약 1천만 원 정도를 언론매체실 TA 임금에 배정한다. TA의 기본 업무는 매체실 운영 전반이다. 기자재 관리와 대여반납은 물론이고, 새로 구매할 기자재나 물품에 대해 예산안을 작성하고, 구매요청을 넣고, 불용물품을 처리하거나 매체실을 청소하는 것까지 모두 업무에 해당한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서 시작된다.

 

 1년마다 TA 교체, 학기마다 근로장학생 교체

  매체실 TA 업무의 상당 부분은 분명 연속성과 전문성을 필요로 한다. 그 일들을 수행하는 자리에 ‘1년짜리인턴 계약직으로 학생을 앉히는 것은 장기적으로 볼 때 결코 좋은 선택이 아니다. 교내 예산 처리 과정이나 기타 업무 처리 시스템을 잘 모르는 학생이 매체실 TA 자리에 있다 보니, 모든 것은 교무처 신문방송학과 담당 선생님을 거쳐야 이루어진다. 현재 업무 처리 방식은 다음과 같다. 기자재 구매 요청불용물품 처리예산 작성 등에 관해 TA가 간단한 표를 만들어 제출하면, 이를 바탕으로 하여 담당 선생님이 공식적인 문서로 만들어 해당 부서에 전달한다. 교무처 선생님 한 분 당 담당하는 학과가 최소 3개에서 많게는 4개까지 늘어난 상황에서 이 같은 업무 처리 방식이 효율적이고 유용하다고 답할 사람은 누구도 없을 것이다.

  업무의 연속성을 고려해 보아도 TA의 잦은 교체는 지양해야 한다. 1년의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하는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기 때문이다. 구매를 진행할 때에는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다. 하지만 1년 단위로 TA가 교체되다 보니, 이전 TA가 편성해놓은 예산에 맞추어 구매를 진행하기보다는 당장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기자재를 구매하거나 현재 TA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기자재 위주로 구매가 진행된다. 전임자가 어떤 밑그림을 그려서 예산을 편성하고 구매를 집행했는지는 중요하지 않게 된다. 내년이면 또 새로운 사람이 들어올 터이고, 사람마다 그리는 매체실의 청사진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렇듯 언론매체실의 밑그림은 해마다 달라진다. 1년짜리 계약을 맺은 결과이다.

  학기마다 교체되는 근로장학생들도 마찬가지다. 매체실 내 모든 기자재의 사용법과 대여방법, 컴퓨터 관리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들을 숙지하기에 한 학기는 그리 긴 시간이 아니다. 정식 직원이 없다 보니, 근로의 연속성을 위해 이전 학기에 일했던 학생들을 1명 이상 선발하는 방식으로 운영해왔지만, 이 역시 근로장학생이라는 제도의 특성상, 선발의 형평성 관점에서 보았을 때 썩 바람직한 방법은 아니다. 현재 언론매체실은 오전 9시에 문을 열어서 오후 8시에 닫는다. 이 모든 시간은 1명의 TA3명의 근로장학생이 도맡아 채워야 한다. 수업과 일을 병행해야 하므로 네 명 모두 수업이 있는 날이 생기면, 일주일 중 하루 서너 시간은 기자재 대여나 반납 업무가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매체실에는 직원이 필요하다

  결국, 신문방송학과 학생들이 피해를 보고 있음에도, 학교는 재정난을 이유로 언론매체실에 직원을 고용하는 것을 미루고 있다. 기본 월급은 실험실습비에서 지급한다 하더라도, 직원을 고용하면 4대 보험은 물론이고 각종 수당 등 돈 나갈 구멍이 더 생기기 때문이다. 직원을 고용하면 상기한 문제 중 상당 부분을 해결할 수 있고, 근로장학생의 노동환경을 보장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와 동시에 단기간 일하는 근로장학생이 보장하지 못하는 전문성을 직원이 보완할 수 있게 되므로, 다수의 사람에게 근로 기회가 돌아갈 수 있게 된다는 장점이 있다. 대통령님께서도 비정상의 정상화를 얘기하시는데 마땅히 이를 받들어 매체실 노동 문제에 대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이루기 위해 학교가 나서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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