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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출판기념회? 정치자금모금회!

국회의원 출판기념회, 정치자금 모금 행사로 변질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약 5달 앞으로 다가왔다. 337회 정기국회가 한창인 여의도지만, 안팎으로 내년 총선 후보에 대한 하마평(下馬評)이 뜨겁게 오르내리고 있다.
 
선거철만 되면 많은 예비후보들이 각자 그들만의 특별한 이력이나 지역에서의 활동을 부각시켜 유권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잉크의 기자들은 국회의원들의 에 관심이 갔다. 매번 선거에서 후보들의 포스터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저서는 과연 얼마나 있고,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직접 취재해보기로 했다.

 

  175명의 저자, 157번의 출판기념회

  20151129일을 기준으로 제19대 국회의원은 총 294명이다. 그 중 출판 이력이 있는 의원은 172명으로 전체 59%를 차지하고 있다. 국회의원 중 절반 이상이 본인의 이름으로 된 책을 가지고 있었다.

  책은 출판이력이 있는 국회의원들의 수만큼이나 다양하지는 않았다. 대부분이 정치에 대한 생각이나, 국회의원이 되기까지 걸어온 길에 대한 내용들이었다. 특히 본인의 지역구가 이름에 들어간 책이거나, 자기 이름이 들어간 책들이 많이 보였다.

  중요한 사실은 몇 책들이 온라인 서점에 팔지 않거나, 심지어 국회도서관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의원의 홈페이지에는 저서로 명시됐다는 점이다.

 

 

  책을 쓴 이력이 있는 172명의 국회의원들 중 출판기념회를 한번이라도 열었던 적이 있는 국회의원은 154명으로 90%를 차지했다. 책을 쓴 의원들의 대부분이 출판기념회를 열었다고 해도 무방했다.

 

  출판기념회는 정치자금 도피처?

  출판기념회는 왜 국회의원들에게 인기가 많아졌을까? 154명은 전체 국회의원 294명의 절반에 해당한다. 출판기념회란 말 그대로 책에 대한 저자의 생각 등을 예비 독자나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고, 출판을 축하받기 위한 자리다.

  국회의원이 정치자금이 필요해질 시기가 오면, 출판기념회를 열어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사실상 출판기념회는 국회의원이 정치자금을 모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출판기념회에 대한 제한은 1035, 선거 90일부터 선거일까지 후보자와 관련 있는 저서의 출판기념회를 개최할 수 없다.”가 전부다. 게다가 정치자금법에는 출판기념회에 대한 제한찾아볼 수 없다.

  핵심은 출판기념회에서 책 구입명분으로 내는 돈들은 법적으로 정치자금 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치자금법에서 규정하는 정치자금은 당비, 후원금, 기탁금, 보조금 등이 있다. 모두 정확한 회계 절차를 통해서 심사를 받아야하고, 기금을 받을 수 있는 상한선과 기부 방식 등이 모두 정해져있다. 하지만 출판기념회를 통한 모금은 정치자금으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신고의 의무가 없고, 기부 받는 금액의 상한선이 없다.

  출판기념회는 작게는 3~400명에서 크게는 2~3000명의 사람들이 찾는다. 국회의원이 후원을 통해 연간 합법적으로 모금할 수 있는 금액의 상한선이 15천만 원임을 감안하면, 출판기념회에서 얻을 수 있는 예상 수익은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다. 실제 수입은 공식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고, 의원들 사이에서 떠도는 소문으로만 짐작 가능했다. 일반적으로는 1~2억 정도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축하금의 형식의 뇌물수수 혐의도 제기됐다. 새정치민주연합 신학용 의원은 201495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신학용 : 상식의 정치의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이 날 신 의원은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이하 한유총)로부터 입법 청탁을 받고 약 3800만원의 대가를 받은 혐의가 있다. 한유총 관계자들은 입법청탁을 위해서 봉투에 수백만 원씩 나눠 담아 기념금 명목으로 전달했다. 검찰은 신 의원이 국회에서 대표 발의한 유아교육법 개정안이 유치원 업계에 매우 유리했고, 한유총이 전달한 축하금은 법안을 대표 발의한 신 의원에 대한 대가성이 짙다고 판단했다. 현재 이 사건은 1심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이 사건 이전까지 검찰은 출판기념회가 금품수수와 관련이 있다는 혐의를 가지고 수사를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 이유는 지금까지 검찰은 출판기념회의 축하금을 경조사비로 판단해서 조사대상에서 제외해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이례적인 검찰의 수사와 재판 결과에 따라서 출판기념회에서의 모금행위에 변화가 예상된다.

  출판기념회, 변화의 바람

  출판기념회는 합법적으로 음성적인정치자금을 모으는 용도로 인식되어왔다. 그래서 이런 출판기념회에 대한 인식과 비정상적인 관행을 바꾸려고 하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지난 201410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선관위)정치관계법 개정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개정의 주된 목표는 편법적인 정치자금 모금행위를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내용에는 출판기념회에서의 축하금 전달 금지, 출판기념회 개최 시 중선관위 사전신고가 포함됐다.

  여의도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20142월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의원은 국회의원 윤리실천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그 중 제7조에 따르면 출판기념회에서 국회의원은 도서를 정가로만 판매하며, 수입과 지출내역을 중선관위에 신고하도록 제안했다. 또한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 등 12인은 2014916, 17일에 각각 수익 신고 조항과, 정가 판매 조항을 신설한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새누리당의 보수혁신특별위원회는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원 등 정치인의 불법적인 정치자금 모금을 위한 출판기념회를 전면적으로 폐지하자는 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전면 폐지에 대한 입장에 일각에서는 너무 지나친 처사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아직 제20 국회의원 총선거는 5달 정도 남았다. 하지만 국회에 마련된 300석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예비 후보들의 눈치 싸움과, 세력 다툼은 이미 시작됐다. 이번 20대 총선거 전에도 본인들을 입증하고, 정치자금을 위해서 많은 출판 기념회들이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출판기념회가 기존의 목적을 답습하는데 그친다면, 국민들의 신뢰와 지지를 잃은 20대 국회로 남을 수 있다. 이제는 출판기념회가 본래의 목적만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건전한 대안과 정치문화가 필요한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