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교과서 국정화, 언론은 프레임전쟁, 광장은 찬반전쟁

좌편향민주주의”, 언론이 만든 한국사회 양극화

 

  지난 113일 교육부가 교과서 국정화 전환 확정 고시를 발표했다. 정부는 2011년부터 유지해 온 검정교과서에 느닷없이 좌편향이라는 딱지를 붙이며, 전면적인 개혁에 착수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검·인정교과서에 대해 전체 책을 보면 그런 기운이 온다(1022일 청와대 5자회동)” “바르게 역사를 배우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1110일 국무회의)” 등 공식석상에서 현 교과서를 비판하고 나섰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또한 현행 교과서가 청소년에게 패배의식을 길러왔다고 일갈했다. 이처럼 정부와 여당은 2017년까지 국정역사교과서집필을 마무리 짓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정작 국민의 마음은 정반대로 향하고 있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교육부 국정화 추진 발표 이후 1012일 반대여론은 42%였으나 11월 첫째 주에는 과반수를 넘어선 53%로 나타났다.

 

 

 

  역사교과서 체제를 둘러싼 논쟁은 꾸준히 존재해왔다. 위 타임라인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2010년 법원이 역사교과서 정부의 수정권한을 인정한 뒤로, 교육부는 역사교과서에 대한 개입을 시작하며 정치적 중립성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201312월 당시 서남수 교육부장관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공론화했다. 20142월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처음으로 교육부에 역사교과서 제도를 개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지난 1012일 교육부에서 교과서 국정화 전환 추진을 발표하며, 시국은 각 대학교수, 역사학자들이 반대 성명서를 발표, 국정화 반대 범국민대회를 여는 지금의 사태까지 왔다.  

  정부·여당은 좌편향 역사교과서올바른 역사교육으로 바꾸자는 목적 하에 국정화를 강행하고 있다. 반면 야당은 국정교과서가 친일·독재를 미화한다며 국정화 저지를 주장하고 있다. 교과서 국정화를 사이에 둔 채 보수·진보세력 간 양극화문제는 심각해졌다.

 

  교과서 국정화를 둘러싼 프레임 전쟁

  각 언론매체는 교과서 국정화 이슈에 대한 정보전달보다 한쪽 주장의 프레임을 맞추어 사회 내 양극화를 심화시켰다. 특히 조선·중앙·동아·한겨레·경향신문 5대 언론사에서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객관적인 조사를 위해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을 발표한 1012일부터 1016일까지 5일간 기사를 분석했다.
  국정화 고시 발표 다음 날인 13, 5개 신문사의 1면 머리기사는 모두 교과서 국정화 관련 보도였다. 그러나 관심의 지속 정도는 신문사마다 확실한 차이를 보였다.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은 4일 연속 국정교과서 관련 보도를 머리기사로 다뤘다. 반면, 동아일보와 중앙일보, 조선일보는 각각 3, 2, 13일 하루만 단기적으로 보도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대체로 국정교과서 집필진 구성 및 집필 계획에 대한 기사, 그리고 검·인정 교과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사를 전면에 배치했다. 동아일보는 조선일보나 중앙일보와 다르게 집필 확정부터 계획 과정, 국정교과서 집필 반대까지 다양한 내용의 기사들을 머리기사로 실었다. 경향신문은 국정화 문제와 함께, 이를 둘러싼 여·야의 갈등을 주로 보도했고 한겨레신문은 5일 동안 일관된 어조로 박 대통령과 정부부처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5대 언론사의 국정화 관련 기사 분석 결과, 각 언론사는 특정한 프레임으로 교과서 국정화를 보도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보도는 정부부처 관계자의 발언이 주를 이루었고, 반대 측 인사들의 주장 내용은 은폐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가 4일 내내 국정화 문제를 집중보도 한 반면, 조선일보는 국정화 이슈에 집중하지 않는 방식을 택했다. 반면 대통령과 정부 관련 기관의 외교 역할 수행만을 좋게 평가했다. 이는 교과서 국정화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물타기식보도였다.
  결과적으로 언론사는 의도적으로 보도 하지 않거나, 특정 프레임을 만들어 정부의 주장을 지지하도록 여론을 형성했다. , 국민이 교과서 국정화 문제에 대해 적절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언론의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 것이다.

 

  거리 밖으로 나온 시민들

  역사교과서 국정화 전환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자, 분개한 국민들이 거리 밖으로 나오며 국정교과서 반대의 물결이 전국적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20151031일 토요일 오후에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저지를 요구하는 대학생 공동행진이 개최됐다. 같은 날 오후6시에는 제3차 국정화 저지 범국민 촛불대회가 열렸다.  

  대학생들은 종로구 마로니에 공원,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 서구 이화여자대학교 총 3곳에서 집결했다. 이들은 대학생 반대 선언문을 낭독하고, 산별 집결지부터 최종 집결지인 청계광장까지 거리 행진을 통해 국정화 반대의 목소리를 높여나갔다. 전국 20여개 대학 1000여명의 대학생이 청계광장에 모였다. 이 날 행사에서는 국정화 반대를 지지하는 공연과 청소년들의 발언, 각 대학교 총 학생회장과 역사학계 관계자들의 입장표명이 있었다.

 

 

  대학생 공동행진에 참여한 숭실대 김현진 학생은 지금 거리에 나오지 않는다면 앞으로 우리의 모든 권리들을 뺏긴다고 생각했다. 지금 정권은 국민들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역사마저도 착취를 당한다면 앞으로도 모든 권리를 포기하게 될 것 같아 나왔다고 전했다.  

  대학생 공동행진에 이어 오후6시부터 진행된 범국민촛불대회에서는 대학생뿐만 아니라 일반시민도 참여했다. 본 대회에 참여한 인천시 한 학부모는 내가 배웠던 국정교과서 시대와 지금 아이들이 배우는 역사교과서 시대는 완전히 다르다. 현대사에 있어서 박정희 미화가 우려되고, 5.16 이후 대한민국 존립을 위해 희생하신 분들이 많은데 그분들이 소외될까 걱정된다고 전했다.  

  청계광장 다른 한 편에서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찬성하는 집회가 진행됐다. “하나의 대한민국, 하나의 역사란 현수막을 달고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등 약 200여 명의 시민들이 참가했다. 대부분 군복을 입은 이들은 한국사는 진보좌파 사학자의 전유물이 아닙니다라는 피켓과 함께 태극기를 흔들었다. 같은 공간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찬·반집회가 열리자, 중간에서는 각 찬·반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몸싸움을 해 경찰이 말리기도 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교복을 입고 나선 중·고등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그들은 무대에서 진실을 왜곡하는 역사교과서는 배울 수 없다고 발언하는 등 앞장서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이날 오후7시부터 시작된 행진에서 교복 입은 청소년들이 선두에 섰다. 이런 청소년들의 모습 때문인지 이번 집회·행진은 무력시위 및 충돌이 존재하지 않았다. 오후9시가 넘어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행진이 끝나고 평화적인 분위기에서 집회는 마무리됐다.  

  성공회대 김서중 교수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에 대해 국정화로 돌아간다는 것은 한편에서는 역사에 대한 잘못된 접근을 하게 만드는 위험인 동시에 우리 사회가 퇴보한다는 의미에서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본다민주주의는 가만히 있으면서 얻어지는 게 아니기에 시민이자, 언론학자로서 사회가 잘못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생겼다. 밖에 나와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알릴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국내뿐만이 아니라 해외언론까지 한국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 이 중대한 사안에 국내의 주류 언론은 편향된 보도를 하고 있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여론을 대표해야 하는 언론이 교과서 국정화의 본질을 흐리고 외려 사회의 양극화를 부추겼다. 그 결과 시민들이 거리로 나왔다.  

  정부의 명분 없는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반대여론이 과반수를 넘어섰다. 그러나 여전히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는 여론을 수렴하지 않은 채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확정 고시했다. 이런 태도는 누구를 위한 역사교과서인가라는 의혹을 더욱 증폭시킨다. 역사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다. 역사를 생각한다면, 정부는 교과서를 손에서 내려놓고 국민을 위한 현안부터 살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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