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오늘 계약하면 쇼핑백에 15만원 담아드립니다

오피스텔 휴대전화 불법 보조금 현장르포

 

 

  ‘KT 오늘 계약하시면 쇼핑백에 15만원 담아드립니다휴대전화 판매대 위 컴퓨터 화면에 글이 떴다. 아이폰6S ‘음성무한59요금제기준이었다. 통신사지원금 82천 원에 별도로 15만 원을 얹어주겠다는 은밀한 제안, 바로 불법 보조금을 의미했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지난 1026, 안양의 한 이동통신 유통점을 찾아 불법 보조금은 극소수의 이탈행위라 말했다. 그러나 이와 달리 휴대폰 불법 보조금이 전국 곳곳에서 횡행하고 있다. 관련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얼마를 더 받고 샀다는 글이 심심찮게 올라오고, 신도림은 불법 보조금 메카로 떠올랐다. 그중 도심 속 오피스텔에서 집중적으로 불법보조금이 거래되고 있다.

 

  방통위 움직임에 따라 유통점 영업방식 달라져

  강남역의 한 오피스텔은 네이버 밴드를 통해 예약을 받는다. 취재를 위해 밴드에 가입한 후 신분인증을 끝내고 운영자와 예약날짜를 정했다. 1029일 당일이 되어 주소를 받고 도착한 오피스텔은 평범한 모습이었다. 벨을 누르고 사전에 받아둔 암호와 이름을 말하자, 한 남자가 안에서 신분을 확인했다. 출입을 관리하는 남자는 카드지갑을 비롯한 모든 개인 소지품을 맡길 것을 요청했다. 철저한 검사가 확인된 후 상담사 A 앞에 앉았다. 원하는 휴대폰 기종을 말하자 상담사A가 요금제를 정해주며, 모니터를 보라고 했다. “15만 원 쇼핑백에 담아드립니다”. 커뮤니티 은어로 페이백이었다.

 

  1031일 강북의 한 오피스텔을 찾았다. 입구를 관리하는 남자는 예약했냐는 질문만 했을 뿐 별다른 확인은 하지 않았다. 상담의자에 앉자 상담사 B는 휴대폰 전원을 꺼달라고 부탁했다. 꺼진 화면을 보여주니 상담사 B가 강남과 같은 조건을 추천하며 이어폰을 건넸다. 컴퓨터 화면에 동영상과 함께 이어폰으로 “KT59요금제 가입 시 18만원이 지급됩니다라는 변조음성이 들렸다.
  이틀 뒤 방문한 경기도의 한 오피스텔은 당일 예약이 가능했다. 엘리베이터 옆 A4용지에 휴대폰판매란 문구와 호수가 적혀있었다. 다른 곳과 달리 소지품 또한 맡기지 않았다. 책상 아래에는 현금이 가득 담겨있는 상자가 보였다. 잉크 기자가 밖에 대놓고 판매처라 붙여놓으면 위험하지 않느냐고 묻자, 상담사 C방통위(방송통신위원회)는 대구를 돌고 있다고 답했다. 판매자 측은 단속을 파악할 수 있는 경로가 있는 듯 했다.
  이날 오피스텔을 찾은 고객 L씨는 이에 대해 방통위가 현실적으로 모든 불법 보조금을 잡을 수 있겠냐단통법이 시행됐음에도 제 가격에 사면 호갱(호구 고객)’이다. 보조금 한 푼이라도 더 받기 위해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중이라고 전했다.

 

  불법 보조금 만드는 리베이트, 단통법에 규제 조항 없어

  단말기유통법(단통법) 22조에 따르면 불법 보조금을 지급한 자는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해야 한다. 방통위는 단통법 시행 이후, 단속을 위해 단말기유통조사단을 신설했다. 조사단은 조사강화를 위해 행정자치부에서 경찰1명을 파견 받는다. 신고경로 또한 폰파라치 등의 제도를 마련했지만, 빈도수가 높은 지역을 선별해 단속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세밀한 단속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불법 보조금은 통신사와 제조사가 판매자에게 주는 리베이트에서 나온다. 리베이트란 판매자가 구매자에게 지급액 일부를 돌려주는 것을 말하는데, 휴대폰 판매자는 기종과 날짜에 따라 다른 리베이트를 받는다. 판매자는 받은 금액 중 일부를 제공해 고객을 유치한다.  

  단통법에는 불법 보조금이 만들어지는 리베이트에 관한 조항이 없다. 1116, 방통위 백설영 사무관은 잉크와의 인터뷰에서 리베이트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것은 기업마케팅을 존중해주는 차원이라며 그로 나타나는 (보조금 시장 음성화 같은) 단점보다 제조사에 대한 배려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단통법 개정안, 기업 편 정부 탓으로 표류 중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은 914일 국정감사에서 단말기유통법 시행 이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유통점에 직접 제공한 리베이트 규모가 801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증빙자료를 공개했다. 제조사는 어마어마한 마케팅비를 지불했으나 그 내역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야당은 이번 19일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제조사와 통신사의 각 리베이트를 투명하게 공개해 단말기 값을 낮추는 분리공시제처리를 촉구했으나, 정부는 기업의 손을 들어주었다. 한편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분리공시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3년짜리 일몰법인 단통법이 끊임없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전국 어디서나 휴대폰을 동일한 가격에 살 수 있다던 정부의 약속은 어긋났다.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소비자를 암시장으로 몰고 있다는 비판 또한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단통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표류하는 동안, 불법보조금은 여전히 도심 속에서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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